그날 늦은 오후, 김지영씨는 면접을 보았던 한 홍보대행사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불안과 자괴와 무기력이 표면장력이 버틸 수 있는 최대한까지 불룩하게 담겨 있는 유리컵 속의 물처럼 버티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합격’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김지영씨의 두 눈에서 눈물이 끝도 없이 쏟아졌다. 합격 소식에 가장 기뻐한 사람은 남자 친구였다.
那天午后,金智英面试过的一家活动策划公司告知她最终被录取。这段时间以来,焦虑、自责、无助都已接近承受极限,宛如表面张力已膨胀到极限的玻璃杯里的水一般。所以当电话那端传来“合格”这个词时,金智英的眼泪止不住流了下来。不过对于这个消息感到最高兴的还是金智英的男友。
김지영씨와 부모님은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에 갔고, 남자 친구도 왔다. 그러니까 처음으로 부모님께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졸업식장에 들어가지 않으니 특별히 할 일도 없어서 네 사람은 함께 교정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교내 카페에서 잠깐 앉아 쉬며 코피를 마셨다. 어디를 가나 사람이 많고 시끄러웠고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남자친구는 큰소리로 각기 다른 네 종류의 커피를 주문하고, 네 사람의 자리에 제대로 갖다 놓고,어머니의 라테 엽에 냅킨을 세모 모양으로 예쁘게 접어 내려놓았다.아버지가 근엄한 표정으로 전공이며 사는 곳이며 가족관계에 대해 묻자 남자친구는 성실하고 예의 바르게 대답했는데,김지영씨는 자꾸 웃음이 나서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었다.
金智英和父母怀着轻松的心情来到学校,金智英男朋友也来了。这是金智英第一次向父母介绍她的男朋友。因为没有去看毕业典礼,没什么特别要做的事情,四人一起逛了校园,拍了照片,然后来到一家校内咖啡厅,坐下来喝杯咖啡,稍微休息一下。这会不管去哪,人都很多,吵吵囔囔,咖啡厅也一样。金智英男友大声点了四种不同的咖啡,并把咖啡端到四人的座位上,还给金智英金母亲的拿铁旁放上一个折成漂亮三角状的纸巾。金智英父亲表情严肃地问金智英男友,学的什么专业,住在哪里,家里都有哪些人。金智英男友礼貌地一一如实作答,金智英却一直想笑,低着头,咬着嘴唇。
할 말이 떨어진 네 사람 사이에 잠시 정적의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는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말했고, 어머니는 아버지 쪽으로 몸을 돌리고 뭐라고 중얼중얼하면서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아버지가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김지영 씨에게 내밀고는,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이제 가게에 나가봐야 할 것 같으니 밥은 둘이 먹으라고 했다. 더듬더듬 아버지의 말이 끝나자 어머니가 남자친구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渐渐四人无话可聊,度过了一段安静的时间。金智英父亲说那就一起去吃饭吧,金智英母亲转身向他嘀咕了几句,给他使了颜色。于是金智英父亲干咳了一下,拿出信用卡递给金智英,一边瞅着金智英母亲,一边缓缓地说,他们该回店里去了,让金智英和男友两人一起吃饭。刚说完,金智英母亲突然抓住金智英男友的手说:
“오늘 만나서 너무 반가웠어요. 아쉽지만 오늘은 둘이 맛있는 거 사 먹고, 영화도 보고, 데이트도 잘하고, 다음에 우리 가게 와요”
“今天见到你很高兴。尽管有点遗憾,但你们俩人要买好吃的吃,再去看场电影,好好约会,下次来我们店里玩哦”
어머니는 아버지의 팔짱을 당겨 끼고 먼저 교정을 나섰다. 남자친구는 머리가 땅에 닿을 듯 허리를 굽혀 몇 번이나 부모님의 뒤통수에 대고 인사를 했다. 김지영씨는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
金智英母亲挽着金智英父亲的胳膊,先走出了校园。金智英男友不停对着金智英父母的背影鞠躬道别,头都快贴地了。这时金智英才笑出声来。
节选自 82년생 김지영
大学毕业那年的六月,天气很热,我从市区结束实习风尘仆仆地赶回学校,刚进门就听到睡在我上铺的舍友低低的一声:我失业了。
대학 졸업을 앞둔 6월, 날씨가 너무 더웠다. 시내에서 인턴을 마무리하고 힘들게 학교로 왔는데 기숙사에 들어가자 마자 룸메이트가 힘없는 목소리로 ‘ 회사에서 잘렸다’고 말했다.
我一时呆住了,问她,不是实习得好好的,说毕业就入职吗,怎么突然就失业了?舍友苦笑起来,公司只是那几个月缺人,高峰期过去了,自然这些没什么资历的实习生就要被辞退了。
잠깐 멍하니 있다가 ‘인턴 잘 했잖아? 졸업하자 마자 입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잘렸어?’ 라고 물었다. 룸메이트는 ‘그 때는 회사가 잠깐 인력이 부족했던 시기였고, 성수기가 지났으니 경험이 별로 없는 인턴생이 잘리게 됐지’ 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送我北上的时候,她一路沉默,却在我即将检票上车时突然抱着我大哭起来,一边抽泣一边说,是不是这辈子就要完蛋了,读了四年大学没想到竟是这个结局。
나를 배웅 나갈 때 룸메이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기차를 막 탈 때가 되어 서야 날 안고 엉엉눈물을 쏟아내면서 “이제 인생 망하는 거 아니냐?”고 4년동안 대학교를 다녔는데 결국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고 말했다.
我看着她满是泪痕的脸,那一刻,什么加油坚持都说不出口。我拍着她的背,心中默念着,我们一定都要好好的。
나는 울고 있는 룸메이트의 얼굴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힘내라, 버텨보자” 라는 말조차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다 잘 될 거야’라고 마음으로 말했다.
选自《世界刚虚晃一枪,你别掉头就跑》